2013년에서 2014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보물을 발견하고 말았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보물이라기보다는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줄 지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보물지도는 아주 특수한 잉크로 씌여져서 볼 수 있는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을 때 볼 수 있게 된다. 


난 지도 얘기를 계속 할테니, 볼 수 있는 지 없는지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난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내가 테크닉(술)의 포지션에 있기 때문이다. 이 포지션엔 경쟁이 있고, 대우를 받지 못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툴이 나타나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내가 돈을 버는 것은 외부의 요인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어버린다. 


반면 팀플레이를 하면, 비로소 돈을 벌 수 있다. 팀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시스템을 운용한다는 것이고, 그 시스템이 대중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꼭 뭔가를 열심히 하거나, 잘 할 필요는 없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으면 된다. 


시스템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진짜 시스템이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낼 수 있어야 하고, 하는 일과 할 일을 충분히 예측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돈을 벌어주는 것이다.


이 얘기는 알만한 사람은 다들 아는 얘기. 맥도날드 햄버거가 세계 어디든 맛이 똑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얘기가 남았다. 


정말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이 안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으면서, 세상에 아직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꼭 만든다는 게 제품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스타일 같은 것이다.


예컨대, 싸이가 돈을 벌었다면? 돈을 벌기 위하여 싸이는 뭘 한 것일까? 그는 그의 스타일대로 노래하고 춤을 춘 것이다. 그를 부자로 만들어준 것은 미디어의 시스템이다. 유튜브, 아이튠즈, NBC 아침 프로그램 등... 바로 그런 것이다. 


돈이 안되는 일을 했는데, 역설적으로 돈이 벌린다? 


다시말해서 돈이 안되는 일을 하되, 돈이 들어올 시스템은 있어야하고, 동냥을 하더라도 돈 통은 준비해놔야 한다. 그런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구심점이 될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앞서 얘기한 테크닉의 포지션은 아주 작은 돈을 벌 수 있지만, 현금회전이 빠르고, 시스템은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회전이 느리다. 하지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 물론 테크닉 없이도 회사를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회사를 굴려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그건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사기에 가깝다. 


내가 지금 얘기하는 것은 "어떻게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술과 같다. 그것은 시간을 신뢰로 바꾸고 신뢰를 돈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술이 있되 기술가가 되어선 안되고, 시스템을 구축하되 스타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르면 참지 못하고 바로 만들어봐야 한다. 그 허접한 프로토타입이 시스템을 돌리면 근사한 상품이 된다. 그리고 곧 세계적인 부자로 만들어준다. 


스타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게 제일 재미있기 때문이다. 내가 재미있는 건데, 남도 재미있는 것. 세(스타일) > 법(시스템) > 술(테크닉). 판 전체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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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게임으로 본 좋은 의사결정

무의식의 패턴으로 확률을 높여라



아주 어려서부터 비디오 게임엔 영 소질이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임이 바로 <슬러거>다. 국산 야구게임이고, 여기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모두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을 모델로 했고, 게중에는 투구폼이나 타격폼까지도 비슷하게 재연한 선수도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더 잘 만든 다른 게임도 있겠지만... 



피망 슬러거 야구게임



게임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의 확률에 관한 얘길하자는 것이다. 어떤 게임이건 승부의 최고수준은 심리전에 있다. 실제 야구는 아니지만, 실제 야구만큼의 심리전이 여기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상대투수는 150km의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슬로우커브, 싱킹패스트볼을 던진다. 이렇게 빠른 볼을 정확히 보고 타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는 빠른볼과 느린 변화구를 섞어 던지면서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고, 또 볼같은 스트라이크와 스트라이크같은 볼을 섞어 던지면서 땅볼이나 뜬볼을 유도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확률에 관한 얘기다. 빠른 볼과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 커맨드 능력을 가진 투수를 상대할 때, 단지 날아오는 공을 눈으로 보고 타격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니까... 그러니 3할 만 쳐내도 좋은 타자로 평가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저쪽 투수가 오른손 투수라면 대체로 변화구를 던지면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공일 확률이 높고, 왼손 타자라면 몸쪽으로 휘어지는 공일 확률이 높다. 그 궤적을 생각하면 공이 들어오는 방향의 경우의 수가 제한된다. 

또 투수가 공을 던지는 무의식의 패턴이라는 게 있다. 볼카운트를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그 다음엔 볼을 던진다거나, 볼을 두 번 던지고, 스트라이크를 두 번 던진다거나, 순서에 관계없이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면 그 다음에도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거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밸런스 감각이 있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원래 "틱! 틱! 틱! 틱!" 하지만, 인간의 평형감각으로 "틱! 탁! 틱! 탁!" 하고 들린단다. 보통의 경우(그러니까 뚜렷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없는 경우에) 한쪽으로 치우친 의사결정을 하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그 반대쪽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본인은 의식하지 않지만 일종의 그런 의사결정의 리듬감이 있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그런 패턴을 알 수 있다면 스트라이크 타이밍에 맞춰 배트를 휘두르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나한테 보여주는 부분(야구에서는 공의 궤적)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르지만 그 사람의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의 패턴을 알 수 있다면,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격의 확률을 높일 수는 있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뭔가를 얻으려고 날아오는 공에 현혹되지말고, 조금씩 확률을 높여가는 것이 좋은 의사결정이다. 한 타석에 세 번에 스트라이크를 먹어야 아웃이 되고, 한 이닝에 세 개의 아웃을 잡아야 공수가 바뀌고, 한 게임에는 9이닝이나 있고, 우리에게는 수 많은 게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tagged with  게임, 슬러거, 야구, 의사결정
wrote at 2013.02.24 17:37
아주 색다른 접근법이네요!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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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주는 법과 힘 빼는 법?

삶 속에서 경험하는 운명적인 스트레스가 있어야 한다



임창정



주말에 집에 있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TV를 켜고 드라마를 본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몰라도 '드라마식 연기'가 참 생소하게 느껴진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정말이지 조연이나 단역의 연기는 위장이 오그오글에 심기가 불편할 정도다. 

드라마가 이런식으로 망가진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떤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다들 어디 연기학원에서나 배운 그런 연기같은 느낌이다. 연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늘면서 이쪽 직업군의 시장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연기도 평준화 된 것이다. 가스통배달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는 임창정 이후에 자기 캐릭터를 가진 연기자를 찾아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감독이 조연이나 단역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이야기 흐름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장면을 각본에 넣어버린 것. 스토리가 매끄럽지 못하고 끊기는 느낌인데다가, 오히려 이렇게 억지로 만든 장면 때문에 배우들이 더 튀는 연기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는데, 바이올린이나 하프가 부각되어야겠냐는 말이다. 스토리는 스토리 그 자체의 결을 따라가야 한다. 거기에 개인의 이해가 걸리면 이렇게 된다. 


LA다저스 류현진 투수



마지막으로 이게 아주 중요한건데... 연기가 되었든, 야구가 되었든, 글쓰기가 되었든 하여간 어떤분야든 고수가 되려면 힘을 빼는 법을 알아야 한다. 힘이 빠져야 고수다. 힘을 뺀다는 게 무기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여유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학원이든 뭐든 가르치는 곳에선 에너지를 싣는 방법은 가르쳐주지만, 빼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지들도 모르니까... 그게 아니라면 '힘 빼는 법'을 알려주면 학원 문 닫아야 한다. 


힘을 빼려면 필연적으로 꼴통짓을 하거나, 까불다가 개작살나거나, 어떤 컴플렉스가 있다거나 하여간 삶 속에서 경험하는 운명적인 스트레스가 있어야 한다. 류현진도 고교시절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고 오히려 지금까지 느긋하게 150Km의 불공을 던지지 않나? 싸이는 미국에서 꼴통짓하다가 오늘날에 유튜브로 대박나지 않았던가? 갈 데 까지 가봐야만 아는 거다. 

창의하는 사람들은 뭔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정해진 일을 꼬박꼬박하고, 시간만큼의 돈을 받는 직업군의 얘기고, 창의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상상이나 감정을 전달 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주는 법을 알아야, 힘을 빼는 법을 익힐 수 있고, 힘을 빼야 다시 어느 시점에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에너지의 밀도가 생긴다. 글쟁이들의 모든 문제도 여기에 있다. 힘 준 글일수록 읽는 재미가 없다. 힘주면 토나온다. 








 
     
  
wrote at 2013.02.01 21:17
정말 통쾌합니다.. 글을 어렵게 쓰면 눈이 안가죠.? 요즘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내 생각이 전해지는 글을 쓰기가 어려운거 같아요
wrote at 2013.02.02 20:24 신고
감사합니다. 구조적글쓰기 강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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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 오바마가 당선 되었다. 오래전에 예측했던 대로다. 인류사의 하나의 결이 있다. 어떤 사회적인 문제와 마주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갈등이 생겨나고 사람이 죽어나갈 때 말이다. 

한때는 권력과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편이 품이 덜 든다. 왜냐하면 다른나라도 독재를 했고, 미국과 소련이 편을 갈라 대치했으므로. 독재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가중되었기 때문.

한때는 돈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여기저기서 대박났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불안요소는 후진국에 떠넘기면 되고, 돈이 모든 문제를 단순화 시켜주고, 그것을 효율이라 불렀다.

스마트폰의 보급에서 SNS라는 마이크가 생기고,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폭력과 돈 앞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마이크가 생기자 너도 나도 한 곡조 씩 뽑아낸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혁명으로 이어지고, 곧바로 프랑스의 대선, 그리고 오늘 미국의 대선까지 이어졌다. 인종이 다르고, 언어다 달라도 인류가 원하는 것은 금방 전파된다. 그 흐름의 결에 대한민국의 대선이 남았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세력이 승리하는 것은 인류가 요구하는 가치를 한국인이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면하면 그만큼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과거 독재시대에 '자주' 하면 왕따 될까봐 스트레스 받드시 말이다. 

인류가 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사람 사는 세상' 이다.
'사람' 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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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12.11.22 17:41
그편이 품이 덜 든다. 왜냐하면 다른나라도 독재를 했고, 미국과 소련이 편을 갈라 대치했으므로. 독재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가중되었기 때문
wrote at 2012.11.24 17:58
지인께서 초대장을 부탁해 몇 달만에 찾아왔다가 심심해서 짧게 쓴 글인데 성치씨께서 댓글을 남겨주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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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론 공화국

 

언제부터인가 토론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토론이란 그저 TV 속에서 점잖게 양복을 입고 앉아서 예의 차리는 대단한 지식인들의 참 재미없는 대화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토론이 우리에게 가까워진 것은 그리 역사가 깊지는 않았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이 생겨나고, 고등학교 수업 중에도 토론수업을 시작하고, 텔레비전에 토론프로그램이 늘어나고, 각종 선거에 앞서 TV토론회가 일반화 되어버렸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토론이란 크게 대단할 것도 없는 우리 일상의 부분이다. 부모님께 용돈 좀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과정도, 친구와 말다툼을 하는 것도,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함을 항변하는 것도 토론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특히 나이 차이가 있거나 사회적인 지위의 차이가 있을 경우엔, 사실상 토론이 불가능했다. 오로지 명령과 복종에 의하여 의사결정이 가능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독재정치를 긴 시간 경험하면서 토론이라고 하면 소모적인 논쟁이고, 비효율적인 절차라고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도 독재의 진통을 뒤로하고 세계화, 인터넷의 보급, 정보산업의 급속한 발전 등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점차 권위주의 보다는 토론을 통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더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말로서 표현하는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취업하려고 할 때에도 토론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국가기관이나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단지 구직자의 학벌이나 스펙 만이 아닌, 사고력과 표현력을 겸비하여 대립된 상황에서 조차도 미래가치를 설정하고 협력과 화합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큰 이익을 주고, 역설적이게도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부딪히고 설득하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넘어서야만 한다. 토론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때로는 즐기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2. 토론의 본질은 문제해결이다

 

토론은 자칫 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토론의 본질은 문제해결이며 갈등해소에 있다. 토론이라고는 말했지만, 사실 논술이나 비판적 글쓰기,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모든 과정은 공통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련의 흐름이 있다.


미디어구조론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사건의 당사자는 사회(외부)의 영향을 받아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인지, 판단, 행동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건이 터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놓고 미디어는 기사를 쓰고(사실관계), 심층기사를 쓰고(문제제기), 칼럼을 쓰고(판단기준), 학계에서 레포트를 작성하고(사례연구), 최종적으로 정치인이나 정부관료가 문제해결을 위한 국가차원의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일단락 된다.

사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역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미디어는 사건의 결과를 놓고 거꾸로 원인을 찾아가는 귀납적인 과정이다. 요컨대 사건은 연역이고, 미디어는 귀납이다.

토론에서 보여지는 부분은 미디어의 전개와 마찬가지로 귀납적인 과정이다. 사회자가 토론의 주제와 문제가 된 사건의 사실관계를 설명하면, 토론패널이 각각 문제제기를 하고, 자기의 관점을 제시하고, 역사적 사례나 외국의 사례 등을 논거로서 부연하여 문제해결의 결론에 다다른다.

연역적 사고를 귀납적 사고로 전환하는 능력이 비판적 글쓰기나 토론에서의 핵심이다. 연역적 사고만 하면 정작 많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표현하기가 어렵고, 귀납적 사고만 하면 문제해결이라는 목표는 사라지고 지식자랑, 탁상공론이 되어버리기 일수다.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연역의 흐름을 이해하고(시간), 토론에서 귀납적으로 잘 풀어낼 수 있는(공간) 폭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논쟁에서 있어서 상대방을 반박하거나 날카로운 논거로 굴복시키려는 마음이 강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무엇 때문에 토론을 하는지를 잊어버리곤 한다. 그리고 때로는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고, 반칙을 쓰고, 또 그런 자신을 너무나도 쉽게 합리화 시켜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은 토론자로서 경계해야 한다.



<100분 토론> 은 유시민 전 장관과 손석희 교수가 진행을 해오면서 우리나라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상징적인 역할을 하였다. 유시민 전 장관은 토론이 소강상태가 될 때, 열띤 논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했고, 손석희 교수는 패널간의 공방 속에서 냉정하게 토론을 제어하는 모습을 기억한다. 그러나 최근 <100분 토론>은 토론프로그램으로서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되어 시청자로부터 질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케이블 방송인 TVN에서는 백지연 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대학토론배틀>이 주목 받고 있다. 대학생들이 상금을 놓고 벌이는 서바이벌 토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토론 프로그램. ‘지식으로 승부하고, 열정으로 소통하고, 도전으로 성장한다.’ 는 카피를 내건 <대학토론배틀>은 승부의 개념이 강하다 보니 이기기 위한 논리와 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일이 논리적 완결성만으로 실제로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토론상대를 논리로 굴복시킨다고 해서 그 길이 꼭 옳은 것도 아니고, 역사적 사례나 통계와 같은 논거를 많이 준비한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하도록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토론은 승부가 아니다. 문제와 갈등 이면에 흐르는 시대의 물음에 답하는 과정이 토론이다.

 

 

3. 성숙한 토론이 성숙한 인재를 만든다

 

토론, 특히 사회문제에 관한 토론은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이제까지 나와 친구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봤다면 토론을 통해서 공동체, 국가, 인류 차원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수백 년 전의 과거부터 앞으로의 미래까지 시간을 확장하여 사고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구직자가 취업하기 위해서 영어나 엑셀과 같은 여러 가지 기술을 익히지만, 결국 최종단계에 가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주장하고, 설득하기 위한 부수적인 도구와 기능일 뿐이다. 비판적 글쓰기와 토론은 리더의 포지션에서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과 부딪히고, 사회의 통념과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젊은 시절에 다양한 토론은 당신을 성숙한 인재로 성장시킬 테니까




 
위 칼럼은 취업관련 커뮤니티 '취업 뽀개기' 에 기고하였습니다.  

 
     
  
wrote at 2011.07.28 07:36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적 특성도 있겠지만 토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wrote at 2011.07.28 12:51 신고
감사합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 초등학교때 '학급회의'부터가 모순에 부딛히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를 배운다고는 하지만 투표라는 형시적인 민주주의 뿐이지, 그 곳엔 논쟁도 없고 학생의 입장을 관철시킬 예산편성도 배제한 채 시작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훗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민주주의라는 형식만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뿐, 정치의 주체로서 직접 참여하고, 생각을 말하고, 국가에 요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일부분이라도 학생들의 생각을 반영하여 그들이 뭔가 성취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 입니다. 그런의미에서 보면 촛불시위는 전국민의 민주주의의 교육장이 된 셈이죠.
wrote at 2011.07.28 12:02
끝장토론이 문제해결보다는 승부내기에 비중을 두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접하게 된 글이라 반가웠습니다. 기질적으로 승부근성에 집착하는 것이 우리네 생리인 만큼 교육과 문화형성으로 토론은 문제해결의 필수적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었음 싶습니다.
wrote at 2011.07.28 12:54 신고
장영화 님, 감사합니다.
승부내기식 토론은 어쩐지 에미넴 주연의 영화 8마일에서 나오는 '랩 배틀' 같은 느낌 입니다. 수능 주요과목 보다는 아이들의 교양과 사고력, 표현력을 키워주는 토론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듯 합니다.
wrote at 2012.06.20 12:15
Amazing write-up! This could aid plenty of people find out more about this particular issue. Are you keen to integrate video clips coupled with these? It would absolutely help out. Your conclusion was spot on and thanks to you; I probably won’t have to describe everything to my pals. I can simply direct them here
Favicon of http://konn.tistory.com/ BlogIcon Konn 
wrote at 2012.07.22 12:5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토론은 빠질수 없는 요소인데 실제로 주변에서 토론이나 토론 비슷한것 찾기도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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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드를 모르는 작곡자 강동철
 



며칠전 무릎팍도사에는 생전 처음보는 사나이가 나왔더라. 아이돌 걸그룹 노래를 히트시킨 작곡자 강동철(용감한 형제) 이라고 한다. 여느 무릎팍도사처럼 게스트의 인생 성공 스토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과정이 토크쇼의 주를 이룬다. 힘들었던 시절 얘기야 다들 비슷비슷 하겠지만, 강동철은 지금껏 나온 출연자와 좀 다른 케이스 인 것은 그가 작곡자이지만 지금까지도 음악에서 말하는 '코드' 도 전혀 모른채 작곡을 한다는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절, 나름 동네에서 주먹 좀 날리는, 그래서 경찰서 들락날락, 학교는 자퇴하고, 경찰에 구속되고, 그럴 수록 더욱 깊이 빠져들고의 반복. 그러던 그의 인생의 변화가 생긴 것은 우연히 ‘사이프레스 힐’ 의 음악과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충격, 그리고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음악의 내용 따윈 상관없다. 그때부터 무작정 부딛혀 개고생해가면서 소리 하나하나 귀로 익혀갔고, 내공이 쌓이고 쌓여 결국 음악 프로듀서가 되어 많은 음악을 쏟아내게 되었단다.



2. 누구나 노력하면 ‘그’ 처럼 될까?


이런 사람이 한 명 등장하면 여러사람이 곤란해진다. 음악 공부한다고 수 백, 수 천 만원 쏟아부은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음악에 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어쨌거나 멘땅에 헤딩해가면서 그만큼의 결과물을 낸 강동철을 쉽게 인정 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영화감독 김기덕 처럼, 육조 혜능처럼 말이다.

음악공부를 하느라 음악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야만 했던 많은 시간. 분야가 다르더라도 모두들 자기가 투자한 시간과 지식만큼의 결과물이 나오는 사람은 몇이나될까? 
자! 방금 무릎팍도사가 끝났다고 치자. 가족이 모여 앉아 보다가 뭐라고 말했을까? 부모가 자식한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저렇게 배운게 없는 사람도 엄청나게 노력해서 성공하잖아. 그러니 너도 더 많은 시간 노력을 해야지 성공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도 강동철 처럼 하루 3~4시간 만 자고 공부하라구!”

과연 그럴까? 그가 오랜시간 나름의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일정한 량을 투여하는 노력은 아닐 것이다. 노력하면 성공하는 것이 참인가? 그를 통해서 증명된 사실은 그가 개고생 해가면서 작곡의 꿈을 키웠다는 것보다는 그의 노력 이전에 ‘사이프레스 힐’ 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 노력이라고 치자 그럼 그 '노력'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진실이 있다.

김연아가 8시간동안 빙판 위에서 연습했다고 한다면, 똑같이 8시간 연습하면 김연아처럼 될까? 아니 12시간 연습하면 되나? 김연아도 스스로 원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쫓다보니 8시간이 흐른 것이다. 보여지는 것은 부분에 불과하다. 몰입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몰입은 노력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즐길 수가 없다. 시간의 상대성을 알아야 한다. 

보통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가 시간이 남으면 무척 불안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독서실에 보내서 공부를 하던 말던 일단 눈에 보이지 않아야 비로소 안심한다. 학교, 학원, 독서실에서의 시간만큼에 비례해서 지식이 머릿속에 쌓이는 것일까? 지식은 정말 그 스스로 아는 것일까?

강동철을 통해서 증명된 사실은 지식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음악의 코드도 모르는 사람이 작곡을 했으니 말이다. ABC를 모르는 사람이 영어를 능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단어 3만개를 외우고 다녀도, 단어 3,000 개 알까말까 한 미국초딩보다 못하다. 



3. 량이 아니라 질이다


그는 우연히 접한 어느 음악으로 삶 전체가 바뀌어 버렸다고 했다. 영감을 얻어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강동철은 아주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대단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의 노래는 무대 위에서 혹은 TV를 통해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는 있지만, 시간을 초월하여 10년, 20년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엔 부족함이 많다. 대중가요, 아이돌, 걸그룹... 실용에서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위대한 멘토 김태원도 (세속적인 기준에서의) 무식하기로는 강동철과 다를 바가 없다. 얼마전 <남자의 자격>에서는 “못생긴 형빈이" 에서 '못'의 받침이 ‘ㅅ’ 이냐고 물어볼 정도니 말이다. 가방끈 짧은건 거기서 거기다. 김태원도 개뿔도 없는 상태에서 개고생하면서 십수년을 보낸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86년의 ‘희야’는 20년이 훌쩍지난 지금 백청강한테도 영감을 준다. 그의 음악은 시간을 돌파했다.

그리고 김태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폐인처럼 살았다던 박완규부터 연변에서 온 백청강, 무표정한 이태권... 점차 세력화 되고 있다. 심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고, 그것은 영감이란 형태로 전이되고 있다. 자기만의 것이 있는 것이다.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1992)

 

‘탱고’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창가에서나 연주되던 퇴폐적인 음악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탱고라는 음악의 수준을 클래식 못지 않도록 끌어올려 버렸다. 반도네온의 음색을 살리면서 현악기와 조화롭고, 강렬하고, 독창적이다. 그는 죽어 이 세계에서 사라졌지만  언젠가부터 클래식 콘서트에서도 탱고음악을 종종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는 한 사람이 인류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가 있다. 영감을 받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계속 영감이 RT되어 시간을 초월해 역사를 만들어간다. 트랜드는 공간을 지배하지만, 예술은 시간을 초월한다.



4. 영감을 주는 것이 예술이다


'사이프레스 힐'로부터 영감을 받은 강동철 처럼 영감을 받으면 누가 말려도 노력하게 되어있다. 아니 '노력' 이란 말은 거짓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노력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고, 혹은 시간이 지나서 성공하고 나니 그걸 딱히 정의할 단어가 없어 뭉뚱그려 '노력' 이라 할 수도 있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 이라는 단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모든 사건에는 선-후가 있고, 인-과가 있고, 작용-반작용이 있다. '영감' 이라는 작용이 있기에, '노력' 이라는 반작용이 나온 것. 영감은 학문으로 치자면 공학이나 기술이 아닌 철학의 단계인 것이다. 분야가 다르더라도 최고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끼리는 영감으로 통한다. 인류에게 영감을주는 모든 행위가 바로 예술이다.

예수도 예술가고, 석가도 예술가다. 카이사르, 다빈치, 아인슈타인, 김대중, 노무현도 예술가다. 예술은 페인팅이 아니라, 음표가 아니라 영감으로 시작하여 시간으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예술은 인류를 진보시킨다. 인류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예술이고, 세력화되어 RT되는 것이 '집단지성' 이다.

인류라는 커대한 배가 바다위에 항해를 한다. 영감을 주는 앞줄에 설 것인가? 노력하는 뒷줄에 설 것인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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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날다 
wrote at 2011.06.23 21:05
저는 때때로 블로그 주인님을 통해 영감을 얻고 갑니다~^^;
wrote at 2011.06.24 04:00 신고
감사합니다. ^^
저에게 최고의 칭찬입니다.
wrote at 2012.06.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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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침 부처님 오신날이라서 하는 얘기긴 하지만, 불교하고는 별 관련이 없다. 연꽃, 불교를 상징하는 꽃인 연꽃은 참 누가 정했는지 몰라도 정말이지 종교나 철학을 상징하는 꽃으로 기가막히지 않은가? 기독교에서는 어째서 연꽃을 찜하지 못한건지...


연꽃은 더러운 연못에서도, 시궁창에서도 자라나 아름답게 피어난다. 더러움, 시궁창과는 정 반대의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이것이 구조론적이다. 수면 아래의 세상과 수면 밖의 세상이 다르다는 것. 이 안에 질, 입자, 힘, 운동, 량이 있다.


재혼한 어머니와 알콜 중독자 계부 사이에서 성장한 빌 클린턴이나, 여러차례 재혼한 어머니와 오랜기간 떨어져 성장한 버락 오바마, 부모로부터 버려져 입양된 스티브 잡스, 그리고 멀게는 베토벤까지... 그들의 성장기는 연못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을 떠오르게 한다.


연꽃과 이들의 공통점은 암울한 환경을 예술, 정책, 아이디어 등의 희망적인 무언가로 변환시키는 스위치가 있다는 것이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있다. 높이 뛰기로 치자면 최고 속력으로 달려나가다가 맨 마지막에 왼발 > 오른발 > 왼발을 크게 뛰면서 마지막 그 왼발을 디딜때, 발목을 틀면서 점프하는 것과 같다. 속력의 수평 에너지를 어느 순간에 높이의 수직 에너지로 변환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물을 수가 있을 것이다. "시궁창에서 자라면 꽃을 피울 수 있는가?" 시궁창에는 시궁창의 에너지가 있는 법이다. 시궁창은 쥐새끼가 득실거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는 법. 그것은 시궁창 때문이 아니라 연꽃의 씨앗 때문이다. 시궁창이라도 연꽃의 씨앗에서 연꽃이 나온다. 씨앗 자체에 이미 연꽃의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별 문제 없이 산 사람은 정작 문제가 터지면 약하다. 문제가 있어야 문제해결능력이 생긴다. 새로운 해법이 나온다. 샘 못하는 서양인이 수학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연꽃은 꽃을 피우는 것이 나름의 문제해결이었던 것이다. 꽃이 피어나면 악취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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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놈 목소리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범행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고, 송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말 그대로 피싱(fishing)은 '낚시'라는 뜻으로, 거짓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를 낚는다는 얘기다. 



이 보이스 피싱의 유래가 있었으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님 달님> 옛날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떡장사 엄마한테 접근해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다가 결국 엄마를 꿀떡 삼켜버린 호랭이가 오누이가 있는 집까지 찾아와 죽은 엄마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엄마가 왔으니 이 문 좀 열어다오!" 라고 했고, 엄마 목소리에 속아 넘어간 오누이는 문을 열어줘 호랭이가 들어오자. 요리조리 도망치다가 결국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비극적인 결말의 이야기. 오누이를 놓친 호랭이는 그 후에 떡장사가 되었다나?


시간은 그로부터 수천년이 지나, 현대문명의 대표선수인 휴대전화를 활용한 보이스 피싱으로 발전하였다. 보이스 피싱에도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납치얘기다. 전화가 걸려와 "당신의 아들을 납치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는 죽은 목숨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그 뒤로 엄마를 찾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쩐지 그 목소리는 아들 목소리로 들린다. 영화 <그놈 목소리>도 보이스 피싱에 한 몫은 한 셈이 아닐까?



2. 보이스 피싱은 시간공격이다.


이런 보이스 피싱이 가능 한 것은 휴대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는 1대 1의 소통을 위한 도구. 순간적으로 사람이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본질이다. 엄마는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말만 들어도 일단 이성을 잃고, 이것이 가능하면 2차, 3차로 그것을 믿게 할만한 꺼리를 흘린다.

하나는 내 아이의 이름과 관련 정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고,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엄마를 찾는 우는 목소리가 있으면 정말 내 아이의 목소리로 믿게 되어 점점 더 제대로 사고 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꼭 납치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패턴은 같다. 국세청을 사칭해, 세금을 돌려주겠다 거나, 은행·경찰·우체국·금감원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거짓말하거나, 소재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보통 사람의 평정심을 흐뜨려놓는 것이 골자다.

결국 통화를 하는 짧은 시간에 아주 강한 메시지를 남겨서, 한 쪽으로만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시간공격을 하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질 않는다. 범죄자 입장에서도 시간을 길게 주면 끝이다. 어떤 경우가 발생하면 어떤식으로 우선순위를 두어 판단해야 할 지 메뉴얼이 없다면, 속어넘어가기 십상이다.



3. 범죄의 재구성


하지만 여기까지는 피해자의 이야기다. 관점을 바꿔서 범죄자 입장이라면 어떨까? 범죄자가 보이스피싱을 하는 진짜 이유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전화할 사람과 주변에서 엄마를 찾는 아이목소리 한 사람이 필요할 뿐. 그리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다른 범죄에 비해 검거당할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자! 범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범죄자 입장에서 납치를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납치를 해서 돈을 뜯어내기까지의 필요충분 조건이 있어야 한다. 다 큰 25살 청년을 납치했다며 송금하라는 보이스피싱에 속는 기업 CEO가 있다. 다 큰 젊은이를 납치하는건 불가능하다. 왜냐? 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 성인 1인을 제압하려면, 포지션의 우위 원칙에 따라 무조건 2인이 필요한데, 그 2인 중 똥마려운 넘이 항상 있기 때문에 그 2인을 챙겨주기 위해 보조 1인이 더 필요하다. 피해자까지 도합 4인이 되는데, 4인이 움직이려면 반드시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 

운전기사까지 4인이  팀을 이뤄야 일단 범행이 성립한다. 이걸로 납치는 할 수 있지만, 몸값을 받으려면 더 인원이 필요하다. 자동차로 기동하면 이들의 동선을 사전에 체크하기 위하여 자동차 1대가 더 필요하고, 피해자를 억류할 도시 외곽의 조용한 지하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각각 책임자 1인이 추가되어 도합 6인인데 팀장이 지휘해야 하므로 최소 7인이 되어야 한다. 



7인 이나 되면 반드시 배신자가 생겨나는데, 이들을 입막음하려면 거액이 필요하게 된다. 대략 몸값이 50억 안 되면 동기부여에 실패하므로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가 없다. 50억 몸값을 낼 사람은 한국에 얼마나 있겠나? 물론 필리핀이나 멕시코나 브라질이면 100만원만 쥐어줘도 현장 뛰겠다는 사람 나오겠지만. 이래저래 타산이 안 맞질 않는다.

납치 상대가 어린이라고 해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납치 담당이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들 수는 있어도, 차와 운전자와 감시자와 전체를 통제할 두목 그리고 감금할 공간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인원을 줄일수록 리스크는 올라간다. 만에 하나라도 피해자가 탈출했을 경우엔 검거율이 높아지기 때문.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리스크가 큰 만큼 뜯어낼 액수도 커야지만 동기부여가 된다. 액수가 적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의견 차이로 팀웍이 깨지고 만다. 최초에 '완벽한 계획' + '요구 금액'이 분명해야 납치단이 결성이 되는 것이다. 자기한테 얼마나 떨어질지 계산도 안하고 선뜻 쇠고랑 리스크를 감당할 바보는 없기 때문. 이건 당연한 거다. 그러니 전화가 걸려왔을 때, 요구하는 액수가 몇 백만원, 몇 천만원 단위라면, 보이스 피싱일 확률이 높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모든 경우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연역적 논리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더라도, 납치는 결국 팀플레이, 단독범행은 그 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 개인이 요구하는 돈의 크기와 집단이 요구하는 돈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 막상 전화가 왔을 때, 하나의 판단기준이 된다. 


납치 : 납치단 결성 > 정보수집 및 업무분담 > 납치 및 감금 > 전화 협박 > 수금 및 도주

보이스피싱 : 낚시단 결성 > 정보수집 > 정보확인 > 전화 협박 > 수금 및 도주




P.S. 만약에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온다면, 몇 시간 혹은 며칠 간격을 두고 확인전화가 올 확률이 높다. 범죄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가 실제로 맞는지를 확인하는 거다. **엄마가 맞는지. 아들 이름이 ###은 아닌지 등을 확인. 






Written by 김동렬, 함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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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wrote at 2011.01.21 10:47
ㅋㅋㅋ 해와 달님...... ㅋㅋㅋㅋㅋㅋ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 그리고 초등학생 때 인터넷으로 들은 이야기...... ㅋ 어렸을 적 추억 나네요.
그리고 보이스피싱과 해와 달님...... 그러보니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 군요.. ㅋㅋ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ㅎㅎ
wrote at 2011.01.21 17:13 신고
감사합니다.
wrote at 2011.05.07 05:29
감사합니다.
wrote at 2012.06.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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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콜럼버스의 달걀

 

다들 컬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는 한번 정도 들어 봤을 것이다. 1492년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그 콜럼버스 말이다. 존 글렌이 제작한 <콜럼버스 : 발견> 이란 영화에서는 콜럼버스가 대서양으로의 항해를 꺼리는 선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달걀을 이용하는 것으로 묘사 되었다. 

달걀을 세워보겠다고 낑낑대는 가운데, 컬럼버스가 달걀을 송곳니로 톡 깨서 그 안을 쪽쪽 빨아먹고, 빈 달걀을 세워보였다나 뭐래나? 이 이야기가 진실일 리가 만무하지만, 어쨌거나 이야기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뭐 그런 교훈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있으니, 인류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구라' 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정작 '달걀 이야기'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1565년 이었다. 이탈리아인 지롤라모 벤조니(Girolamo Benzoni)는 <신세계의 역사> 라는 책에서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서 돌아오고 난 뒤 추기경이 주최한 환영연에서 달걀에 관한 일화가 일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벤조니는 "환영연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풍문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책에 소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 했다.

그러나 콜럼버스 이전에도 달걀을 깨뜨려 세웠다는 일화는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미술사가인 바자리(Giorgis Vasari)의 책 <이탈리아 르테상스 미술가 열전>에 따르면, 중세에 번영을 누리던 피렌체에서 1296년부터 대성당을 건축하기 시작했는데, 건축 책임자가 원형 지붕(dome)을 완성하기 전에 죽었고, 그 후 1세기 동안 지붕을 완성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1407년 당국은 여러나라의 건축가들을 모아놓고 방법을 연구하도록 했는데, 브루넬레스코(Filoppo Brunellesco)는 이 돔을 완성할 수 있는 설계도와 모형까지 제작해 놓고 이 집회에 참가하여 자신의 돔을 완성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자기가 고안한 건축법을 다른 건축가들이 도용할 것을 꺼려하여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른 건축가들은 건축 책임을 브루넬레스코에게 맡기는 것에 반대하면서 그가 제안한 방법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그러자 브로넬레스코는 '미끄러운 대리석 위에 달걀을 세울 수 있는 사람에게 돔 건설을 맡기자' 고 제안했다고 한다.

 

 

2. '달걀 세우기' 에 관한 오해

 

뭐 그런 이야기가 있었댄다. 달걀을 세우는 것과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달걀 쪽 빨아먹고 껍데기를 세운건 좀 반칙이다. 그건 달걀을 세운 것이 아니라, 달걀 껍데기를 세운거니까... 달걀을 깨지 않고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손의 감각이 좋은 사람이나, 달걀 세우기를 엄청나게 훈련한 사람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비보이의 헤드스핀을 보면, 머리 만을 땅에 댄체로 회전하는 모습은 상식 밖의 일이 아니던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신기한데, 연습하면 헤드스핀이 아니라 달걀 세우기도 가능할 것이다.

세우기 어려운 것은 머리나 달걀이 둥글기 때문에 서기 힘들다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헤드스핀이든 달걀 세우기든 개체의 무게중심을 찾는 것에 있다. 헤드스핀이라면, 머리를 땅에 대고 서야지 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돌아야지 설 수 있는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에도 마찬가지, 자전거가 서야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나아가야지 설 수 있다.

 

달걀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달걀의 무게중심이 가운데  있기 때문. 바닥보다 위에 있으니 중심을 잡기가 수월치 않다.

달걀이 있어도, 그 중에서 무게중심을 결정하는 것은 달걀의 노른자 부분이다. 노른자 부분이 흰자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른자는 달걀의 껍질 속에서 위, 아래의 알끈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가운데 위치 할 수 있다.

달걀을 세우려면? 간단하다. 달걀을 위 아래로 엄청나게 흔들어서 알끈을 끈어버리면, 노른자가 내려와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리게 하면 된다. 이것은 오뚜기의 원리와 같다. 노른자가 아래쪽에 있으면 세우기가 훨씬 쉬워진다.

달궈진 후라이팬에 달걀을 깨 넣으면, 알끈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달걀을 먹으면서도 알의 구조를 알지 못한다.

 

 

3. 구조를 보라

 

달걀은 애초에 닭의 알이 품기 좋게, 안전하게 그리고 굴러도 멀리 못가도록 만들어진 생명체의 디자인이다. 그런 달걀을 애써 세우라고 한다는 그 자체가 우문(愚問)이지만, 세상의 모든 문제에 사람들이 대처하는 방법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달걀이 세워질 때까지 수십, 수백번 반복 한다. 구조를 볼 수 있어야 답이 나온다.


수백년 전 콜럼버스의 땡깡쟁이 선원들이건, 아니면 돔을 만드는 건축가이건, 그 당시엔 달걀이 귀해서 후라이를 못해먹어서 그 안에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몰랐다고 할텐가? 달걀의 구조를 보는 것은 알을 깨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에 달려있다.

달걀, 그것은 인간 입장에서는 음식물이지만, 닭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생명체다. 음식이 아닌 생명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당연히 그 중심에서 주변으로 생명이 확장되어 간다는 것을 알 수가 있고, 귀납이 아닌 연역으로 보아야 알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고, 모든 자연이 그러한 것이다. 드러난 사실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바보같은 달걀 세우기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와 다르지 않다.

구조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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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12.06.2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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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절의 하이라이트

 

다들 추석은 잘 쇠셨는지 모르겠다. 1년에 한 번이나 두 번정도 그간 못뵈었던 어른께 인사드리고, 형제 자매 여러분을 만나 즐겁게 뛰어노는 그 며칠 안되는 시간. 게다가 각종 과일, 전, 약과 등등... 음식 또한 넉넉한 명절. 어린시절 내가 기억하는 명절의 풍경은 이러했다.

 

 

요즘은 디지털 시대라서 예전처럼 윷놀이, 제기차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명절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화투판이었다. 물론 모든 가정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또 소수의 문화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슬 시동이 걸리는 그것. 특히 명절이면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물론 돈의 액수가 커져서 도박이 되어버리면 안되겠지만, 함께 즐기는 놀이라면 꼭 나쁘게 볼 것도 없지 않은가?

 

 

2. 화투의 유래

 

화투(花鬪)는 말 그대로 "꽃싸움" 이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화투는 조선시대 후기(19세기) 일본으로부터 들어왔고, 일설에 따르면 쓰시마섬[對馬島]의 상인들이 장사차 한국에 왕래하면서 퍼뜨린 것이라고 한다. 4장씩 12달을 상징하는 꽃으로 총 48장의 카드로 되어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성인만화인 허영만의 <타짜>에서는 화투가 일본식 판화같은 그림이지만, 사실 카드의 구성과 게임의 룰은 포르투갈의 카드게임으로부터 건너온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본거 같기도 하다. 말하자면 그림만 다를 뿐 트럼프와 사촌 벌 된다는 얘기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게 하려면, 고스톱 게임이 꽤나 유용하다. 뭐든 그렇지만, 친숙한 게임을 하다보면, 컴퓨터 그 자체에 점차 익숙해지고, 그러다보면 인터넷을 통한 여러 정보와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 나 역시도 그런 방법으로 부모님께 컴퓨터와 인터넷을 알려드렸고, 인터넷의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검은 그늘에서 탈출하셨다.

 

 

3. 고스톱의 밸런스

 

어머님께서 즐기는 것을 보며 어깨너머로 고스톱의 룰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어머니께서 게임중에 중요한 전화가 오는 바람에 얼결에 게임을 내가 이어서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략의 룰은 알고 있고, 컴퓨터 게임에서는 피의 숫자도 이미 계산되어서 나오니까 나같은 초짜가 하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처음해본 고스톱 게임에서 어쩌다보니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채팅으로 욕을 먹었던 것이다. 처음엔 그 사람 자체가 성격이 나빠서 그런줄 알았는데, 점차 그런 경우가 계속되니까 뭔가 내가 욕을 먹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사람들이 욕하는 내용이란, "왜 그 상황에서 그걸 먹냐?", "왜 그 상황에서 그걸 내주냐?" 머 이런 정도인데, 처음에 난 내가 뭘 먹든, 뭘 내든 왜 옆에서 욕을 할까?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상황은 이랬다. 나는 잘 못해서 꼴찌를 달리고 있었고, 늘 욕을 하는 사람은 2위 하는 사람이었다. 1위가 2고, 3고 할 적에, 내가 먹을만한 패를 내주질 않아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평이었던 것이다. "언제 도와달라고 했나?" 싶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고스톱이라는 게임 자체가 1위에 대항해서 2위와 3위가 한 패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있었다.

(뭔가 일반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로 고스톱일랑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설명하고 싶지만, 어느정도 한계를 느낀다.)

담요 위의 룰은 이렇다. 어느 한 사람이 독주를 할 때에 2고, 3고까지 가면서 누군가에게 대박이, 또 누군가에게 쪽박이 나오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이 되면 꼴찌가 게임의 축의 역할을 맞게 된다. 2위가 먹은 패를 읽고, 그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슬쩍 내주는 방법으로 1위의 독주를 견제하고, 그렇게 2위가 역전하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아서 서로서로 재미를 느끼면서도 큰 손해는 없도록 하는 것이다.

놀이로 고스톱을 하면 밸런스가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놀음으로 고스톱을 하면 밸런스를 깨서 누구 하나가 2고!, 3고!... 5고! 까지 가서 대박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놀이와 놀음은 그 목적 자체가 다른 것이다. 밸런스가 맞으면 함께 즐겁고, 밸런스가 깨지면 한 놈만 즐겁다. 고스톱은 밸런스 감각의 게임이다.

 

 

4.  도박의 꽃, 정마담

 

담요 위의 룰은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주가 된다. 하지만 노름에서 타짜의 밑장빼기에 전 재산이 거덜났다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머... 노름판에서 돈 잃으면 하소연 할 곳도 없는게 사실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담요 위의 게임 이전에 그 게임 자체가 존재하느냐의 문제. 게임이 존재한다면 주최자가 있을 것이고, 게임의 여부를 떠나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주최자 라는 것이다.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의 역할 처럼 말이다. 무엇이 '맞다/틀리다' 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부구조에는 게임판이 '있다/없다' 의 문제가 존재한다. 정마담은 게임을 만드는 여자고, 또한 이대 나온 여자다.

 

하우스장 > 총책 > 타짜 > 바람잡이 > 호구



질 : 하우스장과 큰손. 장소를 제공해서 사용료를 뜯는 하우스장이나 밑전을 대는 큰손이 제일 큰돈을 가져감. 무조건 딴다.

입자 : 총책. 실무 책임자로서 한 프로젝트에 사용할 기술선정, 작전구상, 타짜와 호구수배를 전담. 두번째로 큰 몫 챙김.

힘 : 타짜. 실제로 기술을 사용하는 타짜는 밑전과 바람잡이를 이용해서 직접 호구를 울궈먹는 실무기술자.

운동 : 바람잡이. 짜여진 각본대로 게임에서 이기기도 하고 쪽박을 차기도 하면서 호구를 수렁에 밀어넣는 단역배우 역할.

량 : 호구. 이기나 지나 결국은 다 털리고, 호구가 다 털려야 판이 끝난다.


하우스에서 판이 벌어지면 하우스 주인이 주최자고, 초상집에서 판이 벌어지면, 초상집이 주최자고, 피망 고스톱이면 피망이 주최자다. 주최자는 누가 이기든, 누가 인생을 말아먹든 어쨌거나 돈을 번다. 주최자가 판을 열면, 총책이 설계하고, 타짜가 기술을 부리고, 바람잡이가 돈을 따고, 호구는 거덜난다. 

 

 

5. 호구가 호구인 이유

 

노름판에서 그런 얘기가 있다지. "시작하고 10분 안에 호구가 누구인지 모르면 자신이 호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10분의 시간이 무엇을 생각하는 시간이냐 하는 것이다.

호구가 호구인 이유는 담요위에 화투장에 눈이 쏠려, 담요 밖의 사람들과 스스로의 포지션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을 따는가? 게임에서 이겼나? 의 문제가 아니라 마주하는 사람이 누구이며, 그 공간과 시간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고수는 이기는 게임만 하고, 하수는 지는 게임만 한다. 구조를 알면 지는 게임엔 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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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ged with  고스톱, 노름, 정마담, 타짜, 화투
wrote at 2012.06.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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